8.3 조방 낙지, 라일락 그리고 영덕 대게
8월 3일부터 5일간의 동해안 일주기(포항->동해)

2005년, 군입대 전에 추억할 만한 것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법규와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했었다. 15일 동안 천안을 시작으로 대천, 군산, 정읍, 광주, 순천, 진주, 부산, 경주, 대구, 상주, 청주, 천안까지 1500km 가까이 돌았던 여행은 힘들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소중한 여행이었다.

제대하고 나니 자전거 매니아가 된 법규가 저번 여행 때 못 가본 동해안을 돌자는 제안을 했다. 나도 동해와 강원도를 못 간게 무척 아쉬운 참이라 좋다고 얘기했다. 

죽어라 페달을 밟고 목적지를 향했던 지난 여행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고행에 가까웠다. 때문에 이번 여행은 좀 더 편하게 하루 라이딩 거리를 줄이고, 하루 세 끼 풍족하게 먹자는 게 포인트였다.

여름엔 남동풍이 분다는 교사지식 법규의 말에 여행 코스는 포항에서 속초까지 거슬러 오는 것으로 정했다. 9개월간 해 온 아르바이트가 서서히 지쳐갈 무렵이었기에 어느 루트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저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당초 여행 시작일은 8월 1일이었는데, 7월 중순 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져 걱정이 들었다. 비는 멈출 생각을 안하고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내렸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인 3일에야 출발을 할 수 있었다.

3년동안 묵혀놓은 헬멧과 장갑을 끼니 기분이 새로웠다. 이른 일요일 아침, 한산한 길을 따라 소풍 터미널을 향해 갔다. 포항까지는 짐칸에 자전거를 실고 버스를 타고 갈 것이다. 버스 짐칸은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전거 두대를 넣기에 충분했다. 가는 도중 자전거가 상할 위험이 있기에 앞바퀴를 분리하고 줄을 이용해 고정시켰다. 일요일 아침 포항행 버스는 한산했다. 뒤에 나란히 앉아 영화 얘기하며, 음식 얘기하다가 지쳐 잠들다 또 깨서 음악 들어도 포항은 아직 멀었다.



좋아하는 폰게임인 주주클럽을 했다. 헥사, 비쥬얼드랑 같은 룰을 지닌 게임인데 지난 겨울 동생과 함께 무척 버닝해서 백점 정도의 점수는 500점 1000점을 돌파 했었다. 나는 퇴근길에, 동생은 집에서 게임을 하며 서로 높은 기록을 세울 때마다 상대방을 놀린 게임인데, 어느 순간 동생이 1위는 물론 2,3등까지 싹 갈아치우면서 내 의지를 꺽었었다. 수개월동안 넘사벽이었던 동생의 기록(1700점대)을 바로 포항가는 버스안에서 깨버렸다.-_- 지루함이 도리어 집중력을 높였는지, 동생의 기록을 500점 가까이 앞서는 2255점. 나름 뿌듯한 에피소드 :)

포항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3시. 포항에서 유명하다는 조방낙지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물어물어 위치를 찾았는데, 길을 못찾아 생각보다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낚지볶음을 시켰는데 그리 매운맛은 아니라 해, 고추를 좀 더 넣어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완전 매운정도는 안된다. 딱 먹기 좋다. 푸짐히 들어간 낚지를 먹으며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보통 맛탕은 고구마 밖에 못 먹었는데, 감자로 만든 맛탕이 인상 깊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도착 예정지인 강구를 향해 가려 하는데, 왠지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여기...혹시....! 포항에 적을 두고 있는 수용이의 부모님이 하시는 레스토랑이 바로 조방 낙지 근처에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긴 생각 안하고 바로 들어갔다. 4년전에도 뜬금없이 규선이와 찾아갔었는데 이번에도 정말 뜬금없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수용이 아버님이 계신다. "안녕하세요. 수용이 대학친구인데, 수용이 있나요?" "수용이 MT갔는데..."
-_- 일정이 겹쳐 못간 동아리 MT에 간 수용이는 그래서 전화도 안받고 그랬나보다.

부모님이 빙수를 주셔서 빙수를 먹으며 잠시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난 수용이가 어케 서울에서 생활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자식은 집에 학교 얘기는 거의 안하는 모습이다. 부모님이 날 전혀 모르셨다 -_ㅠ 수용이와 친하다는 언급을 하며, 이왕 이렇게 된 것. 타지로 자식을 보낸 맘에 걱정이 가득한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난 수용이의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지어낼 수 밖에 없었다. "집에 오면 게임만 하던데...." "학교에선 공부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수용이 보며 공부합니다"(ㄱ- 수용아 열심히 해야지 이번 2학기엔)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강구를 향했다. 거리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지만 시간이 지체됐기에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두시간 쯤 밟으니 어느 덧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저번 여행때도 첫날 거리 조절을 못해 대천에 11시가 다돼야 도착했었는데, 오늘도 시간 실패다.

강구항 근처에 도착하니 항구 아니랄까봐 온통 비릿내가 가득하다. 거대한 대게 조형물도 있고, 음식점들도 엄청 많고, 손님들도 많았다.

자전거 잡지에서 추천한 음식점을 갔지만, 휴가시즌이라 잡지에서 나온 가격으론 택도 없었다. 여름에는 영덕대게는 잡히지 않아 일본산과 러시아산만 판다고 했다. 일본산은 마리당 2만5천원, 러시아산은 마리당 1만원이었다. 대게를 맛보는 것에 의의를 두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5만원아치 주문을 했다. 일인당 2만5천원 짜리를 언제 먹어봤는지....ㅎ


영덕대게가 아니라도 대게는 대게인지라 삶아 나온 대게가 너무 많아 먹기에 버거웠다. 법규는 대게를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오양맛살이라며 불평했다. 너무 비싼 값에 내심 실망한 눈치다. 그래도 양이 워낙 많아 질릴정도로 먹을 수 있었다.



실컷 배를 채우고, 잠을 자기 위해 근처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번 여행에서 식비를 늘리는 대신 숙박을 텐트로 해결하기로 했기에 집에서 가지고 온 이인용 텐트를 치기 위해서다. 밤에 찾은 학교는 동상들이 무척 많아, 손전등 들고 돌아다니니 조낸 무서웠다. 손전등을 비추며 정글짐 옆에 후딱 텐트를 세웠다. 학교에서 씻을 수 있길 바랬지만, 밤에는 혹은 방학에는 수도를 막아두는지 물이 나오지 않아 근처 주유소에 가 간단히 세수와 양치를 하는데 만족했다.

자전거 타면서 땀을 많이 흘린 탓에 텐트에 누우니 몸 곳곳이 돗자리에 달라붙어 찝찝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외로운 법규의 연애상담을 하며 수다를 떨다 잠에 들었다.

그러나 그 날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OTL



by hyangii | 2008/08/19 13:37 | travel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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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카달려 at 2008/08/20 03:52
오오 연재물인가요 기대기대
Commented by hyangii at 2008/08/20 22:12
개강전에 끝내겠어!
Commented by 타잔 at 2008/08/31 03:35
ㅋㅋ 고마워 이작가
Commented by hyangii at 2008/08/31 23:43
수고했다 정타잔..
Commented by 폴라리스 at 2008/10/07 10:24
친근한 글이 보여 잠시 들렀습니다.
글을 읽다 잠시 오해가 있는거 같아 ㅋㅋ
만약 님들이 먹은것이 대게 였다면 그만한 가격에 그만한 양을 먹기는 힘들꺼에요.
아마 홍게나 그것보다 조금 나은것이 아닐까합니다.
Commented by hyangii at 2008/10/09 00:33
주인아주머니께서 당시 8월에는 동해에서는 대게가 안잡히고, 일본과 러시아에서 잡아온다고 하시더군요. 대게가 생각이상으로 비싼음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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